14,000년을 살아온 인간의 이야기. 맨프럼어스
뱀파이어, 좀비 등 판타지 속 불멸의 존재는 있어왔지만 죽지 않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었다. 고대 시대부터 거슬러 오는 장대한 스토리는 역사책에서 읽은 내용을 듣는 듯 미묘한 감정과 호기심 가득한 기대를 갖게 한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각 분야별 고수들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인류가 등장한 무렵부터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진술과 반박이라는 틀과 함께 원초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각 분야의 석학들이 모여 존의 입만 쳐다보는 상황. 혹시나 그의 이야기에 허점이 있지 않을까 초집중해서 지켜본다. 마치 덫을 놓고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사냥꾼의 느낌마저 들 지경이다. 하지만 박학다식한 걸로 따지면 주인공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 빈틈 없는 그의 말에 무리해서 달려드는 교수들은 오히려 망신을 당하기만 한다.
허풍과 진실의 경계.
흔하디 흔한 CG하나 없고 액션이라고 해 봐야 그저 몸을 부대끼는 수준이지만 영화가 끌어당기는 힘은 꽤나 남다른 면이 있다. 흔히 주변의 친구들 중 말빨 센 이들이 하나 쯤 있기 마련인데, 재미나게 말을 이어가는 친구들의 특징을 보면 거짓말을 적절히 섞는다는 점이다. 그럴 듯한 거짓에 유머스러움을 담은 그들의 이야기는 듣고 있다 보면 몇 시간이 흐르는 것은 금방일 때가 많다. 이 영화 또한 이야기가 갖는 매력을 최대한 펼쳐보이며 보는 이들의 관심을 마구 끌어당긴다.
콜럼버스와 항해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책 한 권을 통째로 읽는 듯한 이야기는 주인공의 언변과 맞물려 놀라움과 기대감을 자아낸다. 허풍 중에서도 아주 센 허풍 쯤으로 여기던 동료 교수들이 결국엔 주인공의 정신 상태를 걱정하기에 이를 정도로 존의 과거사는 그 끝을 알 수 없다. 정신과 의사가 등장하고 심지어 누구나 알 법한 역사 속 중요 인물이었다는 주인공의 주장은 믿기 힘들면서도 은근히 빠지게 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거부감에서 출발해 호기심, 기대감, 부정 등 짧은 순간 다양한 감정들을 표출하는 캐릭터 연기와 후반부로 가면서 느껴지는 고요한 분위기는 진실과 거짓 여부를 떠나 이야기 자체의 매력에 오롯이 빠져들게 한다.
과연 주인공은 만 사천년을 살아온 불멸의 인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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