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가 페페 - 벵가는 스페인말로 힘내라는 응원 구호를 의미한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나스'는 일본말로 '가지'를 의미한다.
만화에 등장하는 가지(eggplant) 절임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의미하는 동시에 고향에 대한 향수를 나타내는 매개체로 쓰인다.
지브리에서 오랫 동안 일하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 등의 연출을 도왔던 작화 담당 키타로 코사카가 연출한 애니메이션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한 여러 편의 작품에서 그림을 그렸던 코사카는 사이클을 소재로 한 만화라는 점에 맞게 스피디한 레이싱의 묘미를 잘 살려냈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순위 경쟁을 하는 동안 선수들 곁으로 지나가는 경치는 스피드감을 맛보게 하는 동시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팀원들을 위한 페이스 메이커에 불과한 주인공 페페는 개인의 명성과 실력보다는 소속팀의 스타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조력하는 도우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레이싱을 포기한 길모어를 대신해 팀의 선두 주자가 된 주인공의 외로운 경주를 중심 내용으로 삼고 있다. 또한 페페가 레이싱을 하는 이날은 자신의 형이 결혼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 동시에 형의 아내가 될 사람은 자신의 전 애인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형의 결혼식이 열리는 안달루시아는 대회 코스로 지정되어 주인공 페페는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지나가게 된다. 자신의 의도 상관 없이 고향을 지나게 된 주인공은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는 동시에 형과 전 애인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이 점점 심난해짐을 느낀다.
평범한 레이싱 선수가 느끼는 마이너 선수로서의 착잡함과 묘한 상황에 대한 복잡한 감정 묘사와 레이싱의 쾌감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은 47분이라는 짤막한 러닝 타임이 갖는 한계 때문에 이야기 구성이 다소 단순한 편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 느낌이다. 한정된 시간을 활용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는 편이지만 짧은 순간 스쳐지나가는 인상은 꽤 강렬한 편이다.
선두에 있는 선수를 기준으로 풍향에 맞춰 늘어지는 행렬이 사실감을 더욱 끌어올린다.
파이널 라인을 코 앞에 두고 선수들이 마지막 힘을 쏟아내는 모습을 위트있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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