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스릴러

파라노말 액티비티 (2007) -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파운드 푸티지)

Mr. Cobb 2014. 11. 13. 00:05

 

 

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 2007)

 

개요: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85분

 

모두가 잠든 순간에도 카메라는 돌아간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영화다. 우연히 영화를 접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저작권을 구매해 오렌 펠리가 연출한 본래의 결말을 들어내고 마지막 엔딩을 재촬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지닌 이름값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70년대 죠스(1975)와 미지와의 조우(1977)를 시작으로 80년대 이티(1982), 인디아나 존스(1984), 백 투 더 퓨처(1985)를 거쳐 90년대 쥬라기 공원(1993), 쉰들러 리스트(1993),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를 통해 그야말로 섣불리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을 구축했다. 2000년대 에이 아이(2001),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찬란한 필모를 자랑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현재는 연출자보다 기획자로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그가 개봉 전의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관람 후 극찬을 했다는 소식은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행복한 기대를 갖게 했다. 그렇다면 연출의 대가라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향을 끼친 후반부는 과연 어떨까? 결말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우선 영화에 대해 살펴보자.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젊은 남녀 케이티 피더스턴과 미카 슬로앳이 함께 사는 집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현상을 그리는 영화로 공포와 미스터리 장르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영화의 기본적인 포맷은 블레어 윗치(1999)를 통해 호러물의 하위 장르로 자리매김한 파운드 푸티지. 발견된(found) 영상 혹은 기록물(footage)이라는 뜻의 파운드 푸티지는 실재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장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의 일종이다. 

 

 

블레어 윗치의 성공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파운드 푸티지는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와 REC(2007)를 시작으로 클로버필드(2008), 크로니클(2012)을 거치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다. 단순 아마추어 영상으로 보이던 블레어 윗치와 달리 클로버필드와 크로니클에선 핸드헬드(handheld) 기법의 페이크 다큐가 지닌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는 박진감과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 게다가 REC와 엔드 오브 디 어스(Afflicted, 2013)에서 보듯 좀비와 뱀파이어가 등장해 소재에 대한 경계마저 허물어진 상황.

 

 

그런 점에서 오렌 펠리 감독의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블레어 윗치와 최근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악령(악마)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바탕으로 하는 오컬트 영화로 분류되기도 하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영화는 사실성과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결코 악령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눈을 의심하게 하는 기이한 현상만 존재할 뿐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그 존재가 느껴지는 미지의 정체.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바로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공포심리를 자극한다. 특히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분명 무섭지만 불편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동명의 비디오 게임을 각색한 영화 '사일런트 힐(2006)'이 사이렌 소리를 통해 공포스러운 지옥과 고요한 연옥(지옥과 현세의 중간 지점)의 공간을 자연스레 구분한 것처럼 이 영화는 낮과 밤이라는 시간을 활용해 악령의 등장 시점을 조절한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여타 공포물에서 느낀 피로함을 제한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처럼 템포 조절을 통한 자연스러운 강약 호흡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몰입감을 끌어올리고 호기심을 지속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개봉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극과 극이라 할 만큼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가 언뜻 떠오르기도 하는 극단적인 평가는 과연 왜 그런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내가 재밌게 본 것이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거나 지루함을 쏟아내는 영화가 다른 이들에게는 명작이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거나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중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갖춘 영화를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님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야기가 잠시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지만 이와 같이 극단적인 평을 받은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온전히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부한 이야기지만 호러 영화를 볼 때 가장 좋은 환경으로 관람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어둡고 캄캄한 순간 혼자서 보는 공포물은 분명 불이 켜진 환한 거실에 앉아 가족과 함께 볼 때와는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더군다나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핵심은 사운드에 있다. 눈으로 보는 것은 별것 아닌데 듣는 것만으로 무서움을 느낀다?

 

 

2001년 PC게임으로 출시된 손노리의 '화이트 데이'. 호러 어드벤처 게임인 '화이트 데이'는 당시 국내 게임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것은 바로 시각적으로 즐기는 게임을 넘어 귀로 즐기는 포맷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가야금의 대가 황병기 선생의 '미궁'을 배경으로 학교 수위가 다가올수록 가깝게 들리는 요란한 열쇠 소리는 그야말로 공포의 극한을 맛보게 했다.

 

 

흔히 공포영화라 하면 자극적인 장면과 떠들썩한 화면 편집이 떠오르지만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말 그대로 소리를 통해 공포심리를 자극하는 영화다. 열려진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소리는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짜릿한 긴장감을 전달한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가장 조용한 순간에 보는 것이 영화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새롭게 만들었다는 결말은 극장에서 상영된 정식 영상으로 영화는 2개의 또 다른 결말을 갖고 있다. 오렌 펠리 감독의 오리지널, 스티븐 스필버그의 극장판, 얼터너트(alternate)라 불리는 영상까지 유튜브에서 확인 가능한 총 3개의 결말은 영화에 대한 평가처럼 관객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또 하나의 흥밋거리를 던져준다.

 

 

장점: 사운드 중심의 심리적 압박

단점: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태생적 한계

 

별점: ★★★★☆

 

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 2007) 예고편